은행 IT 책임자가 가장 궁금해 하는 것 중 하나는 다른 은행의 클라우드 도입 상황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궁금증에 대한 가장 정확한 답변은 아마 “대부분 은행이 다른 은행이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하고 있다”가 될 것이다. 그만큼 금융기관은 아직도 클라우드 도입에 소극적이며, 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어떤 유형의 클라우드를 도입해야 할지 등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일관적이지 못한 규제와 정부의 방향성 또한 은행이 클라우드 도입, 특히 주요 워크로드에 대한 클라우드 적용을 주저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복합적인 장애 요소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의 클라우드 도입은 클라우드 시장의 확대와 함께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은행의 워크로드별 클라우드 도입
은행의 클라우드 도입 추세는 워크로드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가트너의 2017년 Cloud Heat Map for Banking 보고서에 따르면, 많은 은행이 고객의 정보와 거래 데이터 등은 자체 데이터센터에서 운영하는 반면, 내부 시스템 즉, 보안이나 컴플라이언스, ERP, 개발 및 테스트 환경, 인프라 데이터센터, 영업 및 서비스, 분석과 CRM, ECM(Enterprise Content Management) 등에 클라우드를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핵심 시스템 중에도 기업금융 용 핵심 뱅킹 시스템이나 지급결제 시스템에 클라우드 컴퓨팅을 적용하는 은행도 증가 추세이다.
반면에 은행의 핵심 중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개인금융용 핵심 뱅킹 시스템이나 회계 및 총계정원장, 재무 시스템, 고객정보 시스템 등은 여전히 클라우드 도입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 코로케이션, 무역 금융, 자산관리 시스템 등도 은행이 클라우드로 옮기기를 꺼리는 워크로드이다.
주목할 만한 워크로드는 고성능 컴퓨팅(High Performance Computing, HPC)이다. 최근 분석과 AI 영역에 대한 은행권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규모 데이터에 대한 분석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HPC 환경을 클라우드에서 구현하려는 은행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실제로 자체 데이터센터와 프라이빗 클라우드 환경에서 HPC 환경을 구현하는 것은 대규모 인프라 자원이 필요한 것은 물론, 보안과 컴플라이언스, 관리를 위한 미들웨어 등 고려하고 준비해야 하는 요소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퍼블릭 클라우드는 이러한 기반 인프라를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에 빠르고 안전하게 HPC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뜨는 퍼블릭 클라우드, 지는 프라이빗 클라우드
이처럼 은행권에서 퍼블릭 클라우드가 주목 받을 수 있는 이유는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우선은 성숙도 관련 요인을 들 수 있다. 은행권 워크로드 중 ERP, CRM, ECM 등 은행 내부적으로 사용하는 시스템의 클라우드 이전이 먼저 진행되고 있다. 은행은 이렇게 내부 시스템의 클라우드 이전이 이루어진 후, 이 과정에서 습득한 기술과 노하우를 핵심 워크로드의 클라우드 이전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전반적인 클라우드 도입이 진행되고 있다.
레거시 애플리케이션도 퍼블릭 클라우드 도입을 견인하고 있다. 오래 된 레거시 애플리케이션은 환경의 변화에 맞춰 개선 작업이 필수적인데, 이때 SaaS 방식으로 대체하며 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퍼블릭 클라우드 관련 서비스가 성숙한 것도 은행의 클라우드 도입 촉진에 한몫하고 있다. 많은 금융권 기업, 특히 대형 은행은 복잡한 조직 구조로 인해 IT 환경의 빠른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클라우드 이전 역시 마찬가지인데, 최근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에서는 MSP(Managed Service Provider)가 기업의 클라우드 도입과 운영을 돕는 외부 파트너로 주목 받고 있다.
반면에 기존에 은행권에서 선호하는 클라우드 구축 방식이었던 프라이빗 클라우드는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은행은 기본적으로 보안에 대한 우려 때문에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우선시해 왔고, 데이터 유출이나 재해 복구를 비롯한 규제 준수 역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 데이터센터 인프라 관련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솔루션 업체들이 자사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권장한 면도 없지 않다.
프라이빗 클라우드가 감소하고 퍼블릭 클라우드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도입이 증가하는 이유는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우선은 금융권의 퍼블릭 클라우드 사용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는 추세이다. 아직 충분하지는 않지만, 금융보안원의 금융권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 가이드는 고객 정보가 포함되지 않은 비중요 정보 시스템은 퍼블릭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구축할 수 있도록 외부 위탁을 허용하고 망분리도 예외로 허용했다.
여러 분야의 사례를 통해 퍼블릭 클라우드가 제공하는 비용과 속도의 장점이 증명되고 있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특히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사용하는 일부 은행권에서 비용과 성능 측면에서 퍼블릭 클라우드가 월등하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유연성은 퍼블릭 클라우드의 기본적인 특성으로, 특히 개발 및 테스트 환경, 위험 시뮬레이션 시스템 등 유연성이 중요한 워크로드에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환경을 선호하는 은행이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 서비스는 퍼블릭 클라우드의 유연성이 빛을 발하는 영역이다. 해외 인프라 구축 시 발생할 수 있는 복잡한 과정과 해외 서비스를 하더라도 데이터를 자국에 둬야하는 등의 규제 또한 대형은행들이 퍼블릭 클라우드를 선택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